[공부의 의미]공부(工夫)와 면강(勉强)
[공부의 의미 in Japan]
공부(工夫)와 면강(勉强)
* 이 글은 1982년 12월 22일자, 매일경제 4면의 칼럼을 참고했습니다.
공부는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종류만 다를 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공부다. 그렇다면 진짜 ‘공부’는 뭘까?
어린 시절, 지겹도록 들었던 ‘공부해라’의 진짜 뜻은, 한국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일본, 중국, 미국)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꽤나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시간으로, 한국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에서 사용하는 ‘공부’의 의미를 살펴보겠다.
일본에서 사용하는 공부라는 의미의 단어는 아래와 같다.
- べんきょう[勉強]: 열심히 힘을 기울임, 노력함.
- 한자풀이: 勉 힘쓸 면 強 굳셀 강
한국인들도 한 번 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뱅쿄’라는 발음으로 좀 더 익숙한 단어다. → 공부는 꾸준히, 성실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 일본 특유의 국민성인 근면, 성실함에 해석의 초점을 두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한국에서 말하는 ‘공부(工夫)’와도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면강’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재미있는 뜻이 나온다.
면강(勉強): 억지로 하거나 시킴.
일본어 사전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 공부의 의미에 대한 힌트가 있다.
→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공부를 즐긴다.
공부에 재미를 붙여라!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가 공부를 잘한다.
위의 말들을 듣고 간혹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틀린 말은 하나도 없지만, 의미를 착각 한다는 게 문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힘들어 죽겠는데 즐기라고? 진짜 이런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정상은 아닐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고, 실력은 오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험점수는 엉망이고, 몇 시간을 고민해 봤는데도 답을 구할 수 없다. → 나는 절대 즐길 수 없다.
진짜 ‘즐긴다’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힘들게(억지로라도) 공부했지만, 답을 찾았을 때의 희열감(=즐거움)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 결과는 더 값지게 느껴졌다(=즐겁다).
→ 공부는 즐겁다.
즐긴다는 표현은 공부를 한 후의 성과, 자기만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즐겁다’와는 상당히 다르다. → ‘공부는 즐겁다’의 해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혹시나, 공부를 억지로 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한심해 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추스르기 바란다. → 지극히 정상이다. = 공부는 억지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