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쓰기]한국어를 재조합하라!

2014. 4. 12. 01:38

오늘은 ‘글은 누구나 적을 수 있다’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난 시간에 설명했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화려한 글을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영어로 소설이나 기사를 적을 사람은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난 세계적인 작가가 될거야

 

 

한국어를 재조합하라!

 


 

쓰기를 어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어를 원문 그대로 옮기려는 데 있다. 영어는 언어의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억지로 작문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쓰기 편한 말로 바꾸면 그만이다.

 

 

영어일기 

‘쓰기’ 공부로 가장 애용되는 방법이다. 인터넷에서 한 중학생의 일기를 엿보게 되었는데, 한국어를 영어로 똑같이 옮기려다 보니 어색해진 문장을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기 위한 내용입니다. 학생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예시1>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

I'll be hard from now.

 

‘영어일기 숙제가 힘들지만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라는 뜻에서 적은 글이다. 문제는 한국어를 그대로 옮기려다 보니, 상당히 난해한 말이 되었다.

 

‘hard'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형용사로 ’열심인, 열심히 하는‘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위의 문장은 ’주어+be동사+형용사‘의 완벽한 2형식 구조다. 그런데, 해석이 이상하다.

 

~이다+열심인=열심이다.

‘나는 지금부터 열심일 것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한국어로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다. 어느 것에 열심히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난 자연스러운 거 같은데?

 

아직도 납득이 안 될 수 있다. 설명을 좀 더 해보자.

be동사는 ‘되다’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2형식에서 ‘I'll be old.’는 ‘나는 나이가 들 것이다.’라고 해석된다. 'hard'는 형용사로 ‘힘든’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 ‘나는 힘들게 될 것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

 

 

한국어 문장을 바꾸자!

학말영은 학생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오늘부터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정도로 이해된다. 억지로 끼워맞출 필요 없다. 한국어를 그대로 옮기지 못한다고 실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의미가 통하는 다른 말로 작문하면 쉽게 해결된다.

 

I'll study hard from today.

* 여기서 hard는 부사인 ‘열심히’다. 1형식 문장.

 

한 번만 더 생각하면 된다. 안되면 돌아가자!

 

왜 돌아가야 돼?

 

 

<예시2>

 

학말영이 작문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

1. 주어와 동사를 찾는다.(주어:‘~은,는,이,가’, 동사:~다.)

주어:충남도가, 동사:고심하고 있다.

 

2. 몇 형식인지 고민한다.(‘감염된 개를’을 보고 3형식으로 결정)

목적어:‘~을,를’로 해석

 

3. ‘관리’라는 말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학말영은 management'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연예인을 관리하다‘, ’예산을 관리하다‘라는 뉘앙스의 말로, ’병에 걸린 개를 관리하다‘라는 의미와 전혀 달랐다. 사전을 찾아 봐도, ’관리하다‘라는 뜻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다루다, 처리하다‘라는 뜻의 ’handle'로 바꿨다.

* 솔직히 '고심하고 있다'라는 표현도 헷갈리지만, 학말영은 높은 수준이 아니라 더이상 심각해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4. 그 다음은? 느낌으로 바꾼다. 더 이상의 설명은 불가능하다.

* 영어를 하다보면 자신만의 감각이 생깁니다. 포기만 하지 마세요!

 

‘학말영’처럼 억지로 한 문장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언어의 목적은 의사소통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한국어를 재조합하면 된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자.

 

A dog was found in Chonan.

It is infected with AI.

South-Chungcheong Province is thinking about the dog‘s management.

 

문장을 세 개로 나눴다. ‘관계대명사와 의문사+to부정사’를 전혀 쓰지 않았다. ‘관리’라는 뉘앙스의 말을 모른다고 가정하고, ‘management’라는 말을 썼다. 이렇게 쓰면 어색하다고 느끼겠지만, 원어민은 분명히 이해한다.

 

management?

 

초심자가 범하는 가장 큰 실수가 억지로 문장을 길고, 멋지게 쓰려 한다는 점이다. 진짜 고수는 간단 명료하게 표현한다. ‘학말영’도 고수(高手)가 아니다. 그래서 힘들다.

 

 

핵심포인트

 


 

제대로 쓰기는 어렵다. 안되면 대충 쓰자! 의미만 통하면 된다.

 

 

p.s) 글 쓰기의 어려움을 표현한 고사성어

퇴고(推敲, 밀 퇴, 두드릴 고)

문을 ‘밀다’로 적을지, ‘두드리다’로 적을 지 고민하던 당나라 시인의 에피소드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비슷한 말이라도 어느 것이 더 적절한가를 고민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원고를 마지막으로 가다듬을 때 쓰는 용어입니다.

 

영어라서 어려운 것보다, ‘쓰기’는 그 자체로 어렵습니다. 학말영에서는 말하고, 듣기 위한 쓰기를 설명했습니다. 부담 갖지 말아주세요.

 

반응형

학말영 English/7.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