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工夫)와 쿵푸(功夫)

2017. 1. 31. 14:04

[工夫의 의미 in 한중일]

공부(工夫)와 쿵푸(功夫)

*도올 김용옥 선생의 ‘논어 13강. 공부란 무엇인가’를 참고했습니다.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 ‘공부(工夫)’란 말을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한자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에서도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전만 찾아봤을 때는 뜻이 완전히 달라 보인다.

 한국의 공부(工夫):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중국의 공부(功夫): 쿵푸, 무술.

 일본의 공부(工夫) : 여러 가지로 궁리함, 고안함.

 

 사실, 의미가 다른 것은 없다. ‘공부’에 대한 의미를 다른 관점에서 봤을 뿐이다.

 

 

한국에서의 ‘공부(工夫)’ 


공부(工夫):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한자풀이: 工 장인 공 夫 사내 부

빨갛게 달궈진 쇳덩이를 모루 위에 올려놓은 대장장이가 연신 망치질을 해대고 있는 모습이다. ‘국영수’만 공부라고 생각했던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설겠지만, ‘공부’의 의미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대장장이의 모습이 단순한 망치질로만 보이겠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노하우’가 숨어 있다. 어떤 색깔이 될 때까지 쉿덩이를 달궈야 할까? 얼마의 속도와 힘으로 쇳덩이를 두들겨야 할까? 몇 번이나 두드려야 할까? 언제 물에 담구어서 식혀야 할까?

 

 고민하고 있을 틈이 없다. 순간을 놓치면 다시 쇠를 녹이고 망치질을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찰나의 순간에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 이런 지식은 며칠, 몇 달 만에 익힐 수 없다. 적어도 몇 년은 갈고 닦아야 한다.

 

 여기에 ‘공부’에 대한 몇 가지 힌트가 있다.

 - 갈고 닦아야 한다. = 연마(硏磨)해야 한다. =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 몸에 배어야 한다. = 본능적이어야 한다. = 우뇌가 작동해야 한다.

 

 한 명의 장인이 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상징적인 의미로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인이라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 10년

  ex. TV의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머리가 하얗게 서린 80대 시계수리공의 말은 아직까지 머릿속에 선하다.

   “하나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이 걸립니다. 그 전에는 시계를 고치는 게 아니라, 망가뜨리죠!”

 

 

 

 

중국의 쿵푸(功夫) vs 공부(工夫)  

 


- ‘힘을 쓰다’라는 力(힘 력)이 포함되어 있고 없음의 차이 밖에 없다.

* 어원이 완벽히 똑같다고 보는 게 맞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쿵후’라는 말로 통했다. 인도에서 넘어 온 달마대사가 승려들의 심신을 수양하기 위해 고안한 체조의 일종으로, 현재는 세계적인 무술로 발전했다. 특유의 멋있는 동작과 화려함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 실전 격투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몸을 쓰는 기술, 그리고 무술? 달마대사가 소림사 체조를 고안한 첫 취지를 고려해 본다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 심신(心身) 수양 = 도(道)를 닦는다. =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본의 공부(工夫) : 여러 가지로 궁리함, 고안함.

  


 

 발명하거나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의미로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단어로, 한국인들에게 가장 취약한
공부의 핵심 요소를 잘 설명하고 있다.
→ 생각하기 

 1. 선생님이 칠판에 적는다. → 받아 쓴다. → 생각× → 외운다.

 2. 시험 문제를 푼다. → 틀린다. → 생각× → 해답을 바로 보고 확인한다.

 

 1 + 2 = 공부가 아니다.

 

 90%의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유일한 공부의 패턴’이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工夫’라는 의미가 낯설게만 느껴진다면 자신의 공부법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생각하기’가 결여된 공부는 발전이 없다.(=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본능적으로  

 


 

 영화나 TV에 나오는 대장장이(장인)의 모습은 '뚝딱뚝딱'이다. 고민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뿐이다.  

 시험을 치거나, 영어 회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험은 일부러, 여유로운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으면 시간이 다 가버리고 10문제, 혹은 20문제나 남아 있는 상태로 시험을 끝내야 한다(토익의 초보는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회화를 할 때는 시간의 제약이 더 심하다. 상대방이 지루하지 않게 짧은 시간 내에 단어를 조합해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어? ★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공부를 못하게 되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시험이나 회화에서 시간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본능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 공부가 아니다.

 

 공부는 본능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꽤나 오랜 시간이. 누군가 본능적, 즉흥적으로 잘 하는 사람을 본다면 명심해야 한다. 타고난 게 아니라, 많은 생각(고민)을 통해 이뤄진 현상이다.

‘본능적’이란 표현은 공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결과물일 뿐이다.

*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 학원이나 학교에서 문제를 맞추는 방법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도를 빨리 빼는 데 목적을 두는 수업만 한다. → 절대 이런 과정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공부의 의미들>

 1. 억지로 한다. *지난 시간에 설명

 2.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3. 생각한다.

 

 1+2+3 = (공부의 결과로) 본능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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