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뉴스룸, 진정한 언론이란 무엇인가?

2014. 5. 11. 17:19

 

뉴스룸을 접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이 페이스북에 올린 시즌1의 오프닝 장면 때문이다. 10분이 채 안되는 동영상을 보며, 머릿속이 찌릿하며 전율하는 것을 느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있었다.

 

뉴스룸

 

경고:시즌1, 오프닝(10분)의 스포일러 다수 포함

주의:오늘의 리뷰는 꽤 깁니다.

 

 

America is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

 

이런 말은 영화에서 흔히 들었던 말이다. 멋있고 1차원적인 영웅이 나와 세계를 구한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엔딩에서는 주인공 뒤로 미국의 ‘성조기’가 휘날리며 막을 내린다. 한 때 이런 영화들이 대세인 시절이 있었다.

 

‘뉴스룸’은 이를 역이용한다. 오프닝에서 의도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화두를 던진다. 상당히 자극적이다.

 

 

진실을 회피한다

 

주인공 ‘윌 맥커보이’는 인기있는 유명 앵커로, 어느 대학교의 토론회에 앉아 있다. 본질을 벗어나 열변을 토하는 출연자들, 그들 중간에 있는 주인공은 애써 미소짓고 있지만,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한 인상이다. 학생들의 질문에, 진실을 피하려는 장난스런 답변으로 응수할 뿐이다.

 

토론회

 

왜 미국이 가장 위대한 나라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순진한 얼굴의 한 여학생은 3명의 출연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을 제외한 2명의 출연자들은 멋있고, 추상적인, 그리고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답을 한다. ‘다양성, 기회, 자유’를 외치며 이런 전통을 지켜나가자고 학생들에게 강조하기까지 한다. 질문을 하는 여학생의 해맑은 얼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미국은 위대하다

 

Newyork Jets

주인공은 뉴욕 미식축구팀이 위대한 국가인 이유라며 본질을 회피한다. 하지만, 사회자는 만족하지 않는다. 이에 한숨을 쉬며, 다른 토론자들이 답한 ‘다양성과 기회, 자유’를 되풀이한다.

 

It's not, but it can be.

It,s not but it can be

 

청중석에 있던 한 여성은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이를 보고 자극받은 ‘윌 맥커보이’는 말한다.

 

미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닙니다.

 

 

 

진실을 이야기하겠다

 

오프닝 장면에서 드라마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간다. 무심결에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이지만, 작가의 의도는 분명하다.

 

3명의 토론자(앵커들) = 미국의 3대 방송사, ABC, CBS, NBC’

주인공 ‘맥커보이’를 포함한 3명의 토론자는 기존의 방송사를 대변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본질을 피하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소방서는 좋은 건가요, 나쁜건가요?’라는 다소 엉뚱한 말에 열변을 토한다. 중간에 있는 주인공은 괴로워하고 있지만, 청중들은 웃음으로 이들의 토론을 즐긴다.

 

대학교의 청중들 = TV 시청자

‘소방서를 사유화해서 매달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의 집에만 불을 꺼줘야 되나요?’

청중들은 이런 말들에 재미를 느끼고 박장대소한다. 작가는 기존의 언론만 풍자하고 있는 게 아니다. 뻔하고, 자극적인 내용만 즐기는 시청자들 자체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예시>

People choose the facts they want now.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실만 받아들인다구!)

 

→ 언론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시청자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주인공 ‘윌 맥커보이’의 대사, 시즌1-ep.1 중반 쯤에서 발췌)

 

뉴스계의 제이레노, 윌 맥커보이

드라마의 지향점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인물이다. 토론회에 나갈 때까지의 그는 인기있는 뉴스앵커, 한국으로 따지면 ‘뉴스계의 유재석(?)’과 같은 인물이었다.

 

토론의 무대→Medill school of Jonulism

미국의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에는 상당히 유명한 언론학 과정이 있다. 38명의 퓰리처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핵심 방송사들에서 많은 이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곳을 무대로 정한 이유는, 미국인이 아니라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무대 뒤의 스크린에 비춰지는 인물의 모습처럼, 진정한 언론인으로 ‘윌 맥커보이’가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추론해 본다.

*혹시, 무대 뒤에 있는 사진의 언론인이 우스꽝스러운 토론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본다는 작가의 의도는 없었을까?

 

무대

 

ACN=ABC, CBS, NBC

뉴스룸은 미국의 가상 케이블 뉴스채널인 아틀란티스 케이블 뉴스(ACN) 보도국이 배경이다. 실제 모델은 제작사 HBO와 같은 타임워너 그룹 소속의 CNN이다.

*CNN의 보도국(=newsroom)을 그대로 본 떠 세트장을 제작해 화제가 되었다.

 

뉴스룸

 

그런데, 작가의 의도가 상당히 궁금하다. ACN은 대부분 CNN의 글자를 변형한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글을 적으면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3대 방송사의 앞글자를 따오면 ACN이 된다.

 

기존의 언론에 대한 조롱, 풍자의 의도가 숨어 있다. 작가는 말하고 있다.

“3대 방송사야, 봐라! 이게 진짜 뉴스다.”

  

 

 

Aaron sorkin(애런 소킨)

 

도저히 작가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초반 10분의 미장센 및 스토리는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완벽하다.

 

뉴스룸에서 진행될 줄거리를 함축해 표현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토론의 내용들과, 이를 계기로 변하게 되는 ‘윌 맥커보이’의 심적인 변화가 그렇다.

 

청중은 시청자, 토론자들은 TV 박스 안의 뉴스 앵커를 가리킨다. 무대 뒤에 'Medill'이라고 비춰지는 스크린은, 앵커 옆에 띄워지는 기사의 메인 스크립트를 연상시키는 연출이다.

 

이는 뉴스룸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연출가인 애런 소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는 이미 ‘웨스트 윙’이란 미드로 확실한 검증을 받았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로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다

작가는 캐릭터의 분석이 뛰어나다. 단조로워질 수도 있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조합시킬 줄 알고 있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다

 

그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강하지만, 타인에게 말하지 못하는 과거나 고민이 있다. 어떤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말 못할 고민 하나 쯤은 누구나 갖고 있으니까! 그런 인간의 내면을 억지스럽지 않게 끌어낸다. 자연스럽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슈퍼 히어로물’에서 볼 수 있는 1차원적인 캐릭터가 아닌,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로 재창조시킨다.

*에런소킨이 각색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머니볼’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오랜 연극무대에서 익힌 연출 기법

카메라의 화면전환을 최소화 한다. 고정된 시점의 무대에서 극을 연출해야 하는 연극의 장점을 살리고 있다. 리얼리티 쇼나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인물이 등장하고,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인물이 합류한다. 그러다 용건이 끝난 인물은 퇴장하지만, 카메라는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만 할 뿐 컷을 분할하지 않는다.(출처:위키피디아)

 

속사포 같은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연극은 화려한 볼거리가 부족하다. 영화보다 대사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대사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뉴스룸도 마찬가지다. 주고 받는 대사를 따라가기가 솔직히 벅차기도 하지만, 앵커인 ‘윌 맥커보이’를 좀 더 지적이고 신빙성 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현실성의 극대화

애런소킨은 뉴스룸에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특히 CNN에서 보도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잘못된 보도로 문제가 되었던 CNN의 사례를 큰 주제로 삼기도 한다. 같은 계열사를 서슴없이 난도질 하는 설정이다. 이런 드라마를 시청자들이 현실성 있게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민주당 지지자, 애런 소킨

미국에서는 뉴스룸이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열렬한 지지자인 애런 소킨은 오바마 행정부의 당선을 위해 중요한 역할도 맡은 인물이다. 이런 그의 배경은 뉴스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 수 밖에 없다. 양당체재인 미국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당연히 색안경을 끼고 작품을 봤을 것이다.

 

이런 점은 10분의 오프닝에서도 정확히 드러난다. 갑자기 폭주하는 윌 맥커보이는 말한다.

 

폭주하는 윌 맥커보이

 

You know why people don't like liberals?

왜 사람들이 민주당을 싫어하는지 알아요?

Because they lose.

그들은 지기 때문이에요.

 

→민주당을 싫어하는게 아니다. 좋아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뉴스룸에서는 ‘Tea party'를 비판하는 뉴스를 많이 보도한다. '정부의 건전한 재정 운영을 위한 세금감시 운동을 펼치는 미국의 보수단체'라고 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공화당 소속이거나,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하지만, 그가 민주당 지지자라는 것만으로 드라마의 중립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민주당,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도 상당히 많다.

 

필자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미국에 대한 배경 지식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중립적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이 내리기 바란다.

 

 

 

뉴스룸 같은 언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큰 사건과 맞물려 뉴스룸이라는 미드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정한 언론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뉴스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내용을 드라마로 표현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모든 이해관계를 벗어나 진실만을 보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진실만을 보도한다고 생각했더라도 완벽한 중립은 불가능하다. 이런 고민은 뉴스룸에서도 나온다.

 

혹시, 미국이라서 언론이 중립적이고, 정확한 사실을 보도한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2014년을 기준으로,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언론 자유도 순위를 보면 미국이 46위, 한국은 57위에 랭크되어 있다. 한국보다 낫긴 하지만, 자유도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나라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

 

<예시>

시즌2에서 심각한 오보를 한 뉴스보도팀이 사임하고 싶어 하지만, ACN의 언론사주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한다.

 

제인폰다언론 사주 역할의 '제인폰다'

 

언론사주: 아니, 사표 같은 거 절대 안 받을거야!

찰리(보도국장): 우리는 더 이상 대중의 신뢰를 못 받는다구!

언론사 사장: Get it back! 다시 돌려 받아!

 

이 장면에서 필자는 상당히 감동했지만, 이런 게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마무리

 

아쉽지만 한국인은 100% 이해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작품이다.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용 자체가 중립적인지도 정확히 판단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드라마로 이런 소재를 다룰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높은 값어치가 있는 ‘뉴스룸’이다. 한국의 드라마 작가들은 지금 엄청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링크:시즌1 오프닝 동영상(출처:유투브)

 

 

p.s)비하인드 스토리

ACN의 사주 역할을 맡고 있는 여성은 ‘제인폰다’라는 6~70년대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배우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실제 배경이 된 CNN 사주인 ‘테드 터너’는 그녀의 전남편이다. 현실에서 전남편이 맡고 있는 직책을 그대로 연기한다. 미국은 상당히 'Open mind(?)'인 나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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