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프럼 어스(2007), 대사 만으로 이루어진 저예산 SF무비
재미있는 영화를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영화평론가의 말이 아니다. 성향이 비슷한 친구의 조언을 듣는 것이다. 재미있을 확률이 90% 이상이다. ‘맨 프럼 어스’도 그런 친구의 강력한 추천을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조금이라도 내용을 알고 보면 안 돼!
친구가 추천하며 했던 말이다. 리뷰를 쓰고 있지만, 어떤 내용적인 힌트도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라, 아직 영화를 접하지 않은 분들도 많다. 필자도 2007년에 나온 수작을 2013년에야 겨우 봤으니까! 그리고 볼거리 위주의 SF가 아니라 스토리의 힘으로 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줄거리를 알게 되면 전혀 재미 없다.
제작비 2억원의 SF
SF영화인데, 2억 달러가 아닌 2억원($200,000)의 제작비다. 상당히 저예산 영화다. SF라고 하면, 건물이 터지고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의 화려한 CG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맨 프럼 어스’에서는 전혀 없다.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건 덩그러니 서 있는 집 한 채 뿐이다. 설정 상, 주인공이 이사를 하는 중이라 유일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집에 있는 가구들조차 거의 없다. 마지막에는 쇼파 하나만 남는다.
스토리의 힘, 순도 99.9% 대사만으로 만들어진 SF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빛나는 작품이다. 대사만으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건 상당히 힘들다. 영화는 라디오처럼 듣는 매체가 아니다. 대사 만으로 몰입도를 높이려면 웬만한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영화의 설정 상, 상당히 많은 고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대부분은 교수다. 인류학자, 고고학자, 생물학자 등 상당한 지식을 갖춘 이들로 영화 임에도 상당히 그럴법한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 속, 황당한 주인공의 말들과 함께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 허점을 찾으려는 주변 인물들의 대화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제롬 빅스비
작가인 제롬 빅스비(Jerome Bixby)는 스타트렉과 환상특급을 집필한 경력의 탄탄한 실력자다. 이 영화는 1960년대부터 구상을 시작해 죽기 직전인 1998년에 완성했다고 한다. 작가의 유작인 셈이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과, 스토리의 탄탄함은 수십년 간 축적된 내공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또한, 그가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란 점에서도 흥미를 끌 수 밖에 없다.(참고:위키피디아)
‘토렌트’에 감사의 표현을 한 감독
저예산 영화다 보니, 수많은 극장에 걸린 것도, 홍보를 한 것도 아니다. 불법다운로드를 통해 인기가 확산되었다고 한다. 이에 감독이, ‘토렌트’에 감사의 표현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한지는 모르지만.(참고:위키피디아)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들을 건 많다
블록버스터의 화려한 비쥬얼을 원하는 분이라면 비추한다.
신선하고 독특한 설정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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