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하는 영어]편식하지 말자

2014. 3. 18. 14:39

 

 

이 글은 ‘언어의 원리’ 편을 읽고 와 주시기 바랍니다.

 

 

첫 시간에는 모국어의 관점에서 언어의 습득 과정을 알아 보았다. 오늘은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이 왜 힘들 수 밖에 없는지, 모국어의 입장과 비교하며 설명해보려 한다. 먼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순서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한국의 영어 교육 체계

문법,단어→읽기→?(듣기→말하기→쓰기)

 

 

 

듣기부터 공부하면 안될까? 


 

 

이미 한국에서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도되고 있다.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을 가면 흥미 위주의 말하기, 듣기 수업이 대부분이다. 문법도 배우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지루해 하기 쉽기 때문에 깊이 있는 수업은 하지 않는다.

그 효과는 어떨까? 실제 제대로 된 효과를 보는 아이들은 드물다. 모국어의 입장에서 문법을 스스로 깨우치고 말을 하기 까지는 대략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영어 밖에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는 전제 조건하에서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평일에 1시간 씩 원어민 수업을 듣고 주말은 쉰다고 가정했을 때, 듣기 테이프를 들으며 집에서 공부 한다 쳐도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은 한계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영어를 깨우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이 말을 들은 극히 일부의 학부모들은 학원 외에 원어민 과외 수업을 생각한다던지, 방학 때 해외 연수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다. 한국어를 잘하는게 첫 번째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보면, 국어를 잘 하는 친구가 영어도 잘했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게 만드는 것이 조기교육의 의미다.

 

 

 

중고등학교의 문법, 독해 위주의 수업


 

필자가 생각하는 영어의 기초는 문법과 단어다. 그런 의미에서 중학교 때부터 대부분 본격적인 영어를 시작한다.(일반적으로,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중학교 수준의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말하기와 듣기에 관련된 수업은 거의 없다. 초등학교까지 말하기 훈련을 많이 한 학생도, 6년이란 입시교육을 거치면 ‘내 머리 속의 지우개’다.

 

문제는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학생들이 문법을 혐오하게 된다. 실제 시험에 나오는 문법 문제들은 변별력을 위해 정말 사소한 것들에서 나오는 이유다. ‘숲이 아닌 나무’를 보는 훈련으로 문법은 쓸모 없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독해에 관한 내용까지 설명하기에는 글이 장황해져 중고등 수업과 관련된 내용은 따로 설명하는 시간을 갖겠다.

ex)현재완료 중, 경험적 용법이 아닌 것은? to부정사의 부사적 용법 중, 쓰임이 다른 것은?

 

 

 

토익, 회화 열풍


 

대학교에 입학하면 세상이 원하는 영어에 대한 관점이 돌변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문법에 대한 불신은 더 깊어지고, 회화에 집중하는 시기다. 필자의 경우, 귀가 트이기 위해 미국 시트콤을 보고, 카세트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무조건 많이 들으면 귀가 트인다는 착각 속에 살았다. 요즘 필자 같은 실수는 잘 안하리라 생각한다.

 

 

영어 회화에 관심 없는 대학생들은 오로지 토익 점수만 얻으면 된다며 하루 종일 토익만 붙잡고 있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은 모르겠다. 필자의 대학 시절, 거짓말 좀 보태서, 중앙도서관 학생의 반(半)은 토익, 반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편식을 하지 말자 


 

 

언어의 요소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 문법과 단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모든 요소는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한쪽에 치우친 공부를 하도록 유도해 왔다. 어쩔 수 없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는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음식을 먹을 때도 편식만 하면 몸에 해롭다. 그렇다고 모든 걸 한꺼번에 공부하란 소리가 아니다. 영어만 공부하고 다른 건 다 포기했을 때 가능한 말이니까!

‘학말영’에서 하고 싶은 말은? 듣기가 안 된다고 죽어라 듣기만 하고, 말하기가 안 된다고 회화학원에서 죽어라 말만 하는 행동은 영어와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p.s)

상당히 원론적인 이야기라 따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화를 낼 수도 있다. 그럼 어떻하라고?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영어는 시간이 걸리는 공부다. 방법적인 내용은 천천히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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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말영 영어칼럼

    

[언어의 원리]우리는 엄마의 말을 배웠다

2014. 3. 17. 18:48

한국에서 쓰이는 영어는 특이하다. 말을 화려하게 하는 것보다 수능, 토익 점수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영어는 ‘언어’라는 관점이다. ‘학말영’은 첫 번째 글에서 시험용이 아닌 언어적인 측면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원리란 실제로 간단하다. 갓난 아기가 언어를 습득해 가는 과정을 보면 이해가 쉽다.

 

Mother language 

영어에서는 모국어를 ‘엄마의 언어’라고 한다. 예전에 필자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뜻을 음미해 보면 놀라울 정도로 과학적인 말이다.

  

 

1단계 - 듣기                                                          

 

 

처음에 태어난 아이는 언어에 대한 체계가 전혀 없다. 단지, 맹목적으로 엄마의 말만 들을 뿐이다. 말 못 하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게 듣기 밖에 더 있겠는가? 아빠의 이야기도 듣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엄마의 품 안에서 보내게 된다.(요즘은 맞벌이가 많아 ‘Grandmother language'라고 말할 수도 있다.) 거의 1년 간은 ’Listening‘만 하는 가혹한 시기이기도 하다. 말을 못해 울 수 밖에 없는데, 배고픈지, 잠을 자고 싶어 칭얼대는지, 배변을 했는지 표현할 길이 없다.

 

 

2단계 - 말하기                                                          

 

 

가혹한 리스닝 훈련이 끝난 뒤, 부모가 감격하는 상황이 찾아온다. 말문이 트이는 것이다. 대부분 ‘엄마’라는 말을 처음으로 내뱉는다. 이때부터 사람의 언어적 표현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기다. 문장을 정확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아는 몇 단어를 나열하며 의사소통을 시작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아이가 만 2세 가량이 되면 언어라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말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한다. 대부분 부모가 아니면 알아듣기 힘든 수준이지만(솔직히 부모도 눈치로 안다), 이 때가 스스로 문법의 체계를 어느 정도 갖게 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3단계 - 읽기                                                          

 

 

만 3세가 되면 유창하지는 않지만, 의사 표현은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필자는 조카가 많다. 몇 달에 한 번, 아이들을 볼 때마다 엄청나게 늘어나는 언어 구사력을 직접 확인하는데,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의 두뇌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때부터 부모들의 공부에 대한 열의가 샘솟기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소위 학습지란 것을 시작하며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장난스럽게 글을 익혀 나간다. 그런데 우스갯 소리같이 쉽게 배운다 - 몇몇 부모들은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며 습득 능력이 떨어지는 자식을 걱정하게 되는 시기다.

 

필자는 초등학교 입학 후, 한글을 깨우쳤다. 이것은 말로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글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으로 설명 가능하다. 세종대왕이 창조하신 쉽고 단순한 체계의 한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4단계 - 쓰기                                             

 

 

쓰기는 언어의 최고 레벨이라고 대부분의 비법서들은 말한다. 언어의 습득 과정을 보면, 3단계인 읽기라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할 수 있으니까 당연한 말이다. 필자는 여기에 할 말이 좀 많다. 솔직히 나이가 꽤나 되었지만 글을 잘 적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쓰기에 관련된 내용은 다시 말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여기서 각설!

 

 

 

 

 

정리 

 

모국어의 습득과정은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글의 핵심은 문법은 스스로 깨우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듣기만으로 가능하다. 예전에 듣기 위주의 비법서가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바로 이런 원리를 차용해 만들어졌다.

 

언어를 습득해 가는 순서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모국어처럼 영어를 배울 수는 없는 법이니까! 다음글은 한국에서 접하게 되는 일반적인 영어 습득과정을 ‘언어의 원리’와 비교해 얘기할 예정이다. 차이점을 보면 여러분이 영어를 공부하는 방향성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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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말영 영어칼럼